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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행(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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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osk 작성일17-01-10 23:37 조회171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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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갔다, 하필 설연휴 기차예매를 하러 새벽에 일어난 날. 인터넷 접속을 기다리다 언뜻 지나가던 화면. 예매라는 목적은 사라졌다. 슬플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아프다. 내 게으름을 자책했다. 2014년 8월, 시에나를 여행하며 그에 관한 글을 한편 쓰겠다 생각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완성하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과의 약속만큼은 숱하게 어기는 인간이 나다. 무엇도 나를 기다려주지는 않는다. (인생의 진리다!)

 

울적하던 차에 후배에게 메시지가 왔다. 천안 신세계에서 만났다. 꽤 오랜만의 만남이었다. 돌이켜보면 박차고 나왔다 생각했던 곳에서 내가 내쳐졌을 때가 있다. (대체로 그렇다!) 새해 초에 세 번이나 찾아갔음에도 제대로 시간을 내주지 않던 사람. 오늘에야 명확하게 그 이유를 알았다. 아니, 이미 눈치채고 있었고 다만 확증이 필요했다. 인간관계는 어떤 확증으로 시작되고 또 마무리된다. 어차피 마무리하기로 했던 곳에서, 다시 관계도 끝난 것뿐이다. 대학에서 큰 학문이 어려워졌듯 학문이 희미해진 곳에서의 사제관계란 여러모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학 언저리를 배회하며 살았으므로 내 미련이 좀 길었을 뿐이다.

 

선생, 일면식도 없는 선생이지만, 내가 선생이라 믿는 한 선생은 가르침과 깨달음을 준다. 2016년 <이울>의 마지막 교재도 함께 나누지 못했던 그의 책이었다. 함께 읽은 다른 책들도 있었다. 그의 책으로 학생들을 만나기도 했다. 글을 읽으며 생생하게 충만했던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 1000일, 내 생의 한 시절의 마감,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실패, 다시는 학생들과 나눌 수 없음의 아쉬움…들과 함께 기억될 것이다, 오늘이.

안녕, 친애하는 바우만!

 

Zygmund+Bauman.jpg

댓글목록

myo님의 댓글

myo 작성일

이울의 안과 밖에서 그분의 책을 꽤 많이 읽었죠. 시대의 지성이라 칭할 만한 분, 믿고 공부했던 분이 이렇게 떠나가시다니.. (하필 이때..ㅜㅜ) 아쉽기 그지없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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