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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행(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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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oosk 작성일16-11-02 00:02 조회7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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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 광장이나 거리는 반대를 위한 곳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가 잉태되고 생겨나는 곳이다. 새로운 기미와 흐름을 느끼고 배우는 학습의 장이다. 딱 한 벌 있다는 양복은 열사들의 장례식에 가는 ‘시간의 전투복’이라고 말한다. 그날 입고 왔던 옷도 닳고 헤졌다. 그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이 차분한 사람, 자신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었다는 말을 무기로 삼는 사람이다.

 

나는 이렇게 물었다. 당신을 호명하는 말이 몇 있다. 거리의 시인, 전문시위꾼, 기록자, 운동가, 벌금납세자, 추도전문시인, 전선시인, 시인 등등. 10년 뒤에 어떻게 불리고 싶은지, 아들이 오늘 당신의 나이쯤 되었을 때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첫 번째 질문에 그는 무엇으로 불리고 싶은지는 잘 모르겠고, 다만 나이가 들어도 속화되고 무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편하고 싶고 보상받고 싶은 마음을 넘어 추해지지 않고 청년 때 가졌던 마음을 잊지 않은 사람이면 좋겠다고 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우리 아빠, 내 친구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꼬박 2시간의 강연과 4시간의 뒷풀이 시간. 시인은 내내 소박하게 빛났다. 소박하게 빛나는 사람을 나는 아주 오랜만에 만났다. 통속적이지만 사람만큼 아름다운 꽃은 없다.

 

 

* 칠십 만원이 넘는 프라다 신발, 이십 만원짜리 양말, 이백 만원이 넘는 가방을 들고 나타난 여자의 악취가 아니라 그 사람을 2016년 가을로 기억하고 싶다. 불가능한 꿈이려나. 사적인 삶도 공적인 사회도 허탈하고 끝 간 데 없다. 통속적이게도 인간만큼 악취를 풍기는 존재도 없다. 울적하고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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